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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Grand Quests

역노화 방법 Reverse Aging
세포 제거, 혈액 교환, 세포 재프로그래밍을 비롯한
연구를 통해 노화를 역행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아직도 노화라는 생명현상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역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노화 현상을 이해하기 쉽지 않기에 아예 노화 과정을 뒤집어버리는 것이 오히려 근본적 해결책일것이라는 논리에 기인한다.
노화를 지연시키고자 하는 노력(노화 지연)과 노화된 세포 또는 조직을 아예 되돌리자는 노력(역노화)은 실현가능성이 있는 걸까?

2000년 전후만 하더라도 노화는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만연했다. 하지만 세포수준에서의 노화(senescence)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점차적으로 개체 수준에서의 노화(aging)를 연구하는 방향으로 진전이 이루어졌다. 현대에 들어서는 노화 지연을 의미하는 항노화를 넘어, 젊었을 때의 상태로 돌아가는 역노화(reverse aging)라는 용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과학이 어디까지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인류를 도울 기술로 언제 상용화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역노화 연구는 20세기에 Hayflick이 세포의 불영속성을 확인한 연구를 바탕으로 세포 수준에서 노화 연구의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각광을 받게 되었다. 2000년 대에는 Yamanaka 인자를 통해 성체 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데에 성공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노화 연구들이 이어졌다. 2010년이후에는 개체 내의 노화된 세포를 구별할 수 있게 되면서 개체 수준에서의 노화를 조절하는 방법을 찾는 시도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 Ronald DePinho 교수가 쥐에게 텔로머레이즈라는 효소를 재발현시킴으로써 노화를 역행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역노화에 대한 가능성이 대두되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노화 연구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고 젊은 세포가 그 자리를 채우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며, 노화 세포를 타겟으로 제거하는 senolytic을 활용한다. 두 번째는 젊은 개체의 피를 늙은 개체에게 수혈하여 역노화를 유도하는 parabiosis로, GDF11과 같은 호르몬의 이동을 통해 역노화를 가능케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 번째로는 이미 분화된 세포에서 후성 유전학적 복구를 통해 이전의 세포로 재프로그래밍하는 방법으로, 앞서 언급한 Yamanaka 인자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개체는 노화 속도가 서로 다른 다양한 장기들로 이루어져있으며, 장기 또한 다양한 조직과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히 피부를 젊게 만들고 머리를 검게 만드는 것 이상의, 개체 수준 노화의 복잡성은 역노화 연구의 큰 난제 중 하나다. 이렇듯 개체 수준에서 노화가 역행되었음을 분명하게 보이는 것은 여전히 복잡한 일로, 이러한 빈틈을 이용해 등장한 노화 연구들 중 재현이 불가한, 훗날 거짓으로 밝혀진 논문들도 있었다. 역노화 연구는 복잡성 속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 더욱 엄밀한 기준이 필요해졌다.

또한 과도한 노화 역행은 암과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포 수준의 노화가 일어나지 않고, 세포들이 계속 젊은 상태로 분열하게 되면 암이 발생한다. 또한 노화된 세포는 주변 세포에 섬세한 신호 전달을 통해 조직을 유지 및 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생물의 노화를 지나치게 역행할 경우, 개체 수준에서 다양한 질병과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체 수준에서의 노화 연구는 섬세하고 복잡하며, 우리는 역노화 과학의 의학적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노화는 질병이 아니지만, 질병의 가장 큰 위험인자이다. 또한 인간이라면 누구든 필연적으로 노화를 겪게 된다. 역노화가 가능해진다면 치매, 당뇨 등 노화 관련된 질병 예방 및 치료와 함께 건강수명의 증가를 통해 많은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고령화 문제로 인한 인구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사회적인 부작용, 더 나아가 인간 종의 진화에 역노화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역노화 연구는 아직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이는 건강 수명의 연장과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과학적 도전 과제이다.

미생물을 이용한 화학물질의 제조 Microbial Synthesis of Chemicals
온실가스를 원료로 활용하여 미생물 세포 공장을 통해
현재의 석유화학공정보다 더 경쟁력있게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을까?

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조작하여 유용한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시스템대사공학은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의 대안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온실가스를 원료로 하여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 공장을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까?
현재의 한계는 무엇이고, 이후에 지속 가능하고 경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생산 공정을 구현할 수 있을까?

화석 연료를 대체하려는 시도는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시스템대사공학과 합성 생물학은 전통적인 화석 자원에 의존하는 석유화학공정을 바이오 기반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미생물 세포를 통해 유용한 화학물질을 만들어낸 사례는 무수히 많으나, 상용화된 대부분은 물질의 생산보다는 하수 정화와 같은 물질의 분해에 치중되어 있다. 특히 기후 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 CO2)와 같은 온실가스를 주원료로 활용하여 플라스틱과 같은 유용한 화학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기에는 현시점에서 기술적인 한계가 있고, 이를 상업적으로 상용화하는 것 또한 큰 과제로 작용한다.
해당 고민의 일환으로 넓게는 다양한 유기 폐기물들, 좁게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미생물 공장을 이용해 플라스틱과 같이 유용한 화학물질로 어떻게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게 생산 가능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온실가스, 그중에서도 CO2의 경우에는 비편재화된 전자(delocalized electrons)가 없기 때문에 물에서 유래된 전자를 사용하거나, 물과 반응하여 효소를 통해 CO2를 개미산(formic acid; FA)이나 메탄올(methanol) 같은 물질로 전환하여 미생물에게 공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전환해 주는 효소가 아직 없기에, 보다 효율이 좋은 새로운 효소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Genomic Enzymology Web Tools를 사용하여 효소의 새로운 기능을 찾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모든 경우에 대한 실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한계가 존재한다.

미생물의 대사 경로(metabolic pathways)를 최적화할 때 어떤 단계를 조절할 것인가와 어떠한 균주(strain)을 쓸 것인가도 중요하다. 가장 일반적으로 시도되는 방법은 속도 제한 단계(rate limiting step)을 타겟팅하여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E coli에서 THF(tetrahydrofolate) cycle과 gcv(glycine cleavage) cycle의 특정 단계들을 조작하여 CO2와 FA만 있는 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는 균주를 만든 연구가 있다. 하지만 그 성장 속도가 포도당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다는 한계가 있었기에, 더 효율적인 경로나, 추가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생명체 내에서는 수백 개의 단백질들 사이에서 수천 개의 반응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 복잡성(complexity)이 매우 높다. 따라서 온실가스와 같은 원료를 미생물에게 공급하여 원하는 물질을 생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존재가 밝혀졌지만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것들(known unknowns)와 둘 다 밝혀지지 않은 것들(unknown unknowns)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미 학계에서는 AI와 단백질학(proteomics)을 통해 이를 보조하기 시작했으나, 수많은 대사 경로와 효소 후보들을 테스트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는 합성 생물학에서 새로운 툴(tool)이나 실험 기법, 실험을 보조할 수 있는 로보틱스(robotics)의 발전이 필수불가결하다. 나아가 미생물 세포 공장의 상업적 상용화를 위해서는 공급 원료(feedstock)를 어디서 수급할지 정해야 하며, 실험실 단위(lab-scale)이 아닌 공정 단위(large-scale)로 확장(scale-up)을 해야 하기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아우르는 융합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래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많은 국가들이 대체 불가 기술(non-fungible technology; NFT)을 확보할 때, 범용화학물질의 바이오 제조 등 대체 불가능하지 않은 바이오기술(not NFT)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만약 CO2와 같은 온실가스를 미생물 공장을 이용해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상용화할 수 있다면 석유화학의 큰 부분을 대체하여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고, 세계 시장의 판도가 바뀌면서 그 중심에 바이오 분야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 예방 백신의 선제 개발 Proactive Development of Vaccines for Emerging Viruses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하여
선제적으로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까?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예측과, 범용 백신의 개발이라는 두 가지 측면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예측 방법 및 백신 형태가 갖고 있는 한계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항체 기반의 백신과 T세포 기반의 백신을 합쳐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까?

21세기 들어 SARS-CoV-1, H1N1 influenza에 이어 SARS-CoV-2 등을 겪으며 수많은 사망자와 중증 질환자가 발생했다. SARS-CoV-2의 경우, mRNA 백신의 개발로 인해 백신 개발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했으나 여전히 백신 개발에 11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으며, 임상시험 단계를 빠르게 통과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들도 함께 보고되었다. 이렇듯 약 20년 동안 수 차례의 팬데믹(pandemic)을 겪으며 미래의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예방 백신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였다.

미래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미리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이에 대하여 크게 2가지의 전략이 있다. 첫 번째는, 미래에 어떤 신종 바이러스가 유행할지를 예측함으로써, 이에 대한 백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유행 가능성이 있는 여러 바이러스에 대해 범용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다.

예측 문제의 경우, 또다시 ‘어떠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유행할 것인가?’와 ‘하나의 바이러스 안에서 어떠한 변이가 나타날 것인가?’로 나누어진다. 현재 유행이 예측되는 바이러스로는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바이러스이다. 이 두 바이러스는 호흡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쉽게 전파될 수 있으며, 변이가 많이 생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변이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 백신 개발에 있어 중요하다. 변이가 상대적으로 잘 생기지 않는 DNA 바이러스와 달리,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바이러스에 해당하는 RNA 바이러스는 변이가 쉽게 생긴다. 인플루엔자의 경우 항원대변이(antigenic shift)라는 현상 또한 많이 일어나는데, 이는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co-infection되었을 때 gene segment가 섞이고 그로 인해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징은 인플루엔자가 미래에 유행할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로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유이며, 이에 대한 예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딥러닝,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예측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 예측의 정확도는 장담할 수 없는 단계이다.

범용 백신(universal vaccine) 개발의 경우, 범용성의 범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범용성의 범위를 한 종류의 바이러스 내의 다양한 변이로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로 생각할 것인가에 따라 범용 백신 개발의 난이도와 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범용 백신을 미리 만들면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한 답은 항원 특이성(antigen specificity)에 있다.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후천적 면역에는 크게 항체와 T세포가 있는데, 이 때 항원 특이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 종류의 항체 혹은 T세포 수용체는 하나의 바이러스 구조 혹은 펩타이드(peptide) 서열(이를 항원결정기(epitope)라고 한다)에 특이적으로 결합하게 되는데, 여러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다는 의미는 이러한 항원 특이성이 떨어져 작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백신 개발 전략 2가지에 대한 비교를 종합해보면, 미래 바이러스 예측 기반의 백신 개발은 예측을 성공하였을 경우 해당 바이러스에 특이적이고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지만 그 예측이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하며, 범용 백신은 여러 바이러스에 공통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작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백신 개발의 또 다른 고려 사항 중 하나는 항체 반응, T세포 반응의 유발과 그 조화이다.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 중, 특히 중화항체는 바이러스의 당단백질 등과 같이 바이러스 침입에 주로 관여하는 항원결정기에 결합하여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한다. 이러한 과정을 중화과정이라고 한다. 반면, T세포는 세포 표면에 제시되는 바이러스 단백질 유래의 항원결정기를 인식하고 감염된 세포를 사멸시켜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다. 즉, 중화항체는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T세포는 감염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질병의 중증화를 억제할 수 있다. 백신의 경우 예방을 주 목적으로 생각하기에 중화항체의 역할이 더 커 보이지만, 중화항체의 역할에 있어서는 ‘변이’라는 걸림돌이 존재한다. 중화항체의 경우 바이러스 단백질의 특정한 좁은 항원결정기 부분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쉽게 무력화되는 반면, T세포 수용체의 경우 항원결정기가 한 바이러스가 가지는 다양한 단백질의 다양한 부분에 흩어져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에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쉽게 무력화되지는 않는다.

종합해보면, 신종 바이러스 예방 백신의 선제 개발을 위해서는 바이러스의 특성에 따라 앞서 언급한 예방적 백신 개발의 2가지 전략과 항체 및 T세포의 장단점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인류가 21세기에 경험한 바이러스들의 경우 다양한 변이를 갖기 때문에 항체 면역 반응뿐만 아니라 T세포 면역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백신 연구에서는 바이러스나 항원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항원을 전달하는 플랫폼(platform) 기술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미래에 창궐할 수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예측과 더불어 바이러스 특이적인 항체와 T세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기전들을 기존의 mRNA 플랫폼이나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신종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의 선제 개발 또한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뇌와 기계의 만남 Brain-Machine Interface
인간이 만든 기계 장치를 통해 뇌 기능을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전기적 조작을 통해 인지 능력을 치료하거나 증강할 수 있을까?

단순한 감각이나 운동 기능의 손상은 기계 장치를 통해 일정 수준 복구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기억이나 학습과 같은 고등 인지 기능은 여전히 신경 활동의 복잡성으로 인해 그 작동 메커니즘조차 충분히 이해되지 않고 있다.
인간이 만든 기계 장치를 통해 뇌 기능을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전기적 조작을 통해 인지 능력을 치료하거나 증강할 수 있을까?

풀기 어려운 도전적 문제가 무엇인가? 뇌의 전기적 조작을 통해 실제와 구분할 수 없는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을까? 이는 뇌의 복잡한 정보 처리 과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외부 자극으로 정신적 활동을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이러한 탐구의 전제는 복잡한 인지적 과정에 기여하는 뇌 신호를 측정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뇌과학의 발전은 시각과 청각 같은 감각 처리 영역에 대한 이해를 진전시켰으나, 인간의 사고, 감정, 기억 같은 고차원적 뇌 기능은 여전히 명확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 기능들을 완벽히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인지 능력과 경험을 증강하고 인지 및 정신 질환의 혁신적 치료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그랜드 퀘스트가 형성된 배경과 역사 20세기 중반 이후, 과학자들은 뇌가 전기적 신호와 화학적 전달로 작동함을 밝혀냈고, 이를 바탕으로 감각, 운동, 인지 과정을 이해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블랙박스로만 여겨졌던 인지 작용의 기저에 전기적 신호가 있다는 발견은, 반대로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통해 감각과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 아래, 신경보철(neuroprosthetics)과 뇌-기계 상호작용(BMI)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기계와 뇌의 상호작용을 통해 손상된 감각과 인지 기능을 복원하고, 나아가 뇌의 손상된 기능 복원을 넘어 인지 능력을 증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그랜드 퀘스트가 해결된다면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에 어떤 혁신적인 변화가 기대되는가? 현재도 인공 와우 삽입술, 인공 시각과 같이 감각 기관의 손상을 기계적 장치의 이식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는 아직 기초적이지만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그랜드 퀘스트의 해결은 뇌와 인간의 상호작용이 단순히 감각 장애 치료를 넘어 상위 인지 영역에서의 정신 질환 치료, 더 나아가 일반적 인지 능력의 증강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감각 정보 처리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기계로 증강할 수 있다면 완벽한 가상현실의 구현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인지 기능의 '다운로드'가 실현된다면, 새로운 언어나 기술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학습 방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과거 공상과학에서 다뤘던 기계를 통한 인지 기능 조작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 그랜드 퀘스트에 도전하기 위해 어떤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최근 연구는 복잡한 신경 활동을 디코딩해 정보를 해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fMRI를 이용한 이미지 및 음성 재구성 연구는 뇌의 활성 패턴을 통해 주어진 외부 자극을 해독하며, 이는 뇌의 감각 시스템이 정보를 처리하고 피질로 전달하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의 기초가 되고 있다. 나아가, 뉴럴링크 프로젝트는 고해상도 전극을 뇌에 삽입해 뇌와 외부 기기를 실시간으로 연결, 신경 신호를 주고받는 것을 목표로 하며,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콘솔 게임을 조작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러한 접근은 기초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점진적 연구 축적으로 뇌 기능을 깊이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이 그랜드 퀘스트가 과학기술적으로 왜 풀기 어려운가?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뇌 기능을 전기적으로 조작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신경 메커니즘의 복잡성 때문이다. 1950년대 Hubel과 Wiesel의 연구로 일차 시각 피질의 단순 세포와 복잡 세포의 역할이 밝혀진 것처럼, 시각, 청각, 운동 등 초기 감각과 운동 정보 처리에 대한 이해는 점차 진전되어왔다. 그러나 고등 인지 기능이 처리되는 상위 영역으로 갈수록 뇌 신호의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또한, 각 뇌 영역은 복잡한 여러 계층으로 연결되어 있어 단순히 각각의 부분을 분석하는 환원주의적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복잡계로써의 뇌의 특징은 그 원리를 이해하고 조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 그랜드 퀘스트의 해법이 도출될 법한 시도의 방향은 무엇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의 가소성(plasticity)과 자기조직화(self-organizing) 원리을 활용한다면 전기적 조작을 통한 인지 기능의 증강이 가능할 것이다. 뇌의 개별적인 신경회로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더라도, 뇌의 적응력을 이용해 인공적인 자극에 대한 학습과 적응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고충실도(high-fidelity)의 신호를 측정 및 전달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필수적이다.생물학적 감각 시스템의 정보 용량과 유사한 수준의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면, 인공적 자극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새로운 현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Non and Semi-Non Von Neumann Architecture Non and Semi-Non Von Neumann Architecture
신경망 이해, 3D 설계, 아날로그 구현 등의 기술적 난관을 넘어
뇌와 같이 높은 연산 효율의 뉴로모픽 Chip을 구현할 수 있을까?

오늘날 CPU와 GPU는 폰 노이만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지만, 이 구조는 에너지 효율성과 성능 증대에 한계가 있다.
뉴로모픽은 뇌의 뉴런과 시냅스를 모방해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신경망 이해, 3D 설계, 아날로그 구현 등 기술적 난관이 있다. 우리는 기술적 난관을 넘어 뇌와 같이 높은 연산 효율의 Chip을 구현할 수 있을까?

오늘날의 CPU와 GPU는 폰 노이만 아키텍처에 기반하고 있다. 폰 노이만 아키텍처란 명령어에 따라 하나의 Chip의 datapath를 재구성하여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말한다. 쉽게 말해 수행할 작업에 따라 하드웨어를 따로 두지 않고 재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산에 필요한 명령어(연산자)와 메모리(피연산자)를 연산 회로에 불러온 다음 순차적으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Chip들의 성능을 개선시키기 위해 반도체 기업들은 트랜지스터를 소형화하는 방식으로 동작 주파수, 에너지 효율 등을 높여 성능 향상을 이어 왔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미세화 기술이 분자 스케일 크기에 도달해감에 따라 트랜지스터의 미세화 전략의 한계가 보이고 있으며, 그에 따라 에너지 효율성 저하, 명령어/메모리 병목현상 등의 개선 또한 더뎌지고 있다. 따라서 폰 노이만 아키텍처에서 벗어나 더 효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아키텍처가 연구되고 있다.

그 중 대안적인 아키텍처로서 뉴로모픽 컴퓨팅이 주목받고 있다. 인간의 뇌는 1000억 개의 뉴런과 100조 개의 시냅스를 20W만으로 구동하여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뇌는 논리 회로 구성을 바꾸는 기능이 있지 않으니 수행 작업에 따라 구성을 재조정하지 않는다. 그에 더해 뉴런 간 연결 상태 자체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어 폰 노이만 병목에 있어서도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이러한 뇌의 뉴런과 시냅스의 연산 방식을 모방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폰 노이만 병목현상을 해결할 차세대 아키텍처이다. 뇌신경과학과 반도체 설계 분야의 연구자들이 뉴로모픽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는 여러 기술적, 경제적 난관이 존재한다. 첫째, 뇌 내부 뉴런 간 어떤 형태의 신호를 어떤 방식으로 교류하는지 명확히 확인할 방법이 없다. 뉴런 간의 통신은 매우 복잡하고 미세하다. 때문에 강건히 정립된 뇌 내 뉴런간 통신 알고리즘이 아직 없고 이는 뉴로모픽 연구를 지연시킨다. 둘째, 현재의 2D 기반 Chip은 수많은 뉴런과 시냅스 배치하기에는 비효율적이다. 뇌는 3D 형태로서 뉴런 간 연결을 2D 형태보다 더욱 가깝게 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공정은 2D 구조에만 특화되어 있다는 점은 뉴로모픽 연구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셋째, 뉴런과 시냅스 내에서 사용되어야 할 아날로그 연산 및 저장 구현에 어려움이 있다. 뇌는 아날로그 연산을 수행하는데, Chip에서 PVT (Process, Voltage, Temperature) Variation에 강건한 아날로그 연산 장치를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극저온에서 누설 없이 구동되는 강건한 공정, 새로운 소자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아날로그 컴퓨팅의 강건성을 높여야 한다. 넷째, 뉴로모픽 Chip 자체가 다른 Chip보다 Hard-wiring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사용자가 필요한 작업에 맞게 설계하여 주문을 하면 그때그때 바로 공급받을 수 있는 파운드리 생태계는 아직 부족하다. 폰 노이만 아키텍처 기반의 Chip들은 어차피 hardware를 수행할 작업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유연하고 신속한 파운드리 시장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뉴로모픽 Chip은 그렇지 않다.

위의 난관들을 보면 뉴로모픽은 여전히 실제 구현과 상용화가 되기에는 실체가 뚜렷하게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많은 신경과학자와 반도체 공학자들이 연구에 임하고 있다. 뇌 내부의 뉴런 간의 신호를 나노 전극을 통해 초고감도로 측정하여 뉴런 연결 지도를 복사하여 반도체에 붙여 넣는 연구, 뉴로모픽 알고리즘을 연구를 위한 연구용 Chip (Loihi, TrueNorth) 개발 등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이 그랜드 퀘스트를 달성한다면 트랜지스터의 미세화 전략의 한계가 보이고 있는 현재의 폰 노이만 아키텍처를 벗어나, 개인이 필요한 작업에 따라 개인형 뉴로모픽 Chip을 설계하여 주문하고 이를 활용하여 매우 높은 에너지 효율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자단위 반도체 소자 기술 Atomic-Scale Semiconductor Device
옹스트롬(Å)단위급 집적회로와 동등한 성능, 전력, 면적, 비용(PPAC)을
만족하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까?

한 자릿수 크기의 반도체 공정에 도달하면서 실리콘 기반 반도체 공정 기술의 한계에 봉착하며, 구조 변화와 소재 다변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새로운 기술들은 난항을 겪고 있다. 나노 단위보다 작은 옹스트롬(Å)급 단위의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 개발에 겪는 어려움은 무엇이며 이를 기존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삼성, TSMC는 25년 2nm 공정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파운드리 업체들의 nm단위의 초미세집적공정 기술에 대한 뉴스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반도체 기술은 공정 미세화를 통해 더 많은 반도체 소자를 칩에 집적함으로써 성능을 발전시켜 왔고 현대산업의 근간이 되었다. 이러한 미세화는 nm단위를 넘어 원자 하나의 지름과 그 척도가 비슷한 옹스트롬(Å)단위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반도체 칩 안의 금속 배선 간격은 21~28nm 수준으로 미세화가 더디어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집적도, 성능 및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Å 단위의 공정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 새로운 반도체 제조공정 기술을 확보가 필요하다.

1959년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MOSFET)이 처음 발명된 이후 실리콘(Si) 기반의 상보성 금속 산화막 반도체 (CMOS) 공정 기술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무어의 법칙에 따라 집적도를 2배씩 높여가며 발전해 왔다. 그러나 Si 기반의 CMOS 공정은 점차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14nm FinFET 공정 이후 더욱 미세화된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Gate All-Around(GAA) nanowire, nanosheet 등 새로운 형태의 소자를 도입 추진 중이다. 또한 Top-down 방식(Photolithography)의 한계로 XY축의 수평적 미세화를 넘어 Z축의 수직적 미세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CMOS 공정의 집적도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Å급의 CMOS 공정 구현이 어려운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ASML roadmap상에서 향후 10년뒤 장비 역시 12nm 수준으로, 실제 Å 단위에서의 CMOS 공정은 현재 사용 중인 노광 기술로는 매우 어렵다. 둘째, 높은 수준의 미세화에 따른 누설전류를 막기 위해 Si은 적합하지 않으며 새로운 소재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셋째, 규모의 경제 중 하나인 반도체 산업에서 반세기 동안 구축해온 Si 기반의 인프라를 버리고 대전환을 한다는 것은 역설적이기에, Å 단위의 공정이 가능한 물질과 기술은 반드시 기존 Si 기반 CMOS 공정과 호환이 되어야 한다.

한계에 직면한 수평적 미세화를 벗어나 수직적 통합을 통해 칩의 집적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웨이퍼 표면에 이종의 물질이 있는 상태에서 서로 접합하는 하이브리드 본딩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여러 층을 순차적으로 쌓는 Monolithic 3D Integration을 통해 새로운 성능과 기능을 달성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앞서 Si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Z축으로 완전히 미세화된 2차원 물질과 같은 새로운 반도체 소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소자를 설계하는 Bottom-up 방식의 CNT, 그래핀 같은 1, 2차원 물질에 대한 20여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CMOS 공정과의 호환이 될 수 없는 구조로 인해 산업에서 선택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성숙되어 있는 CMOS 공정과의 접점을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집적회로 구현을 위해서 상호보완적인 타입의 N형, P형 2차원 물질을 동시에 형성하는 기술이 요구되지만, P형 2차원 반도체의 캐리어 이동성은 N형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고성능을 발휘하기 어렵고 아직까지는 P형 2차원 반도체에 대한 많은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을 통한 Si 기반 CMOS와 N형, P형 2차원 반도체의 결합으로 위 문제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도 있을 것이다.

2차원 반도체 및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성능(Performance), 전력(Power), 면적(Area), 비용(Cost) 측면에서 향상된 Å급 CMOS 집적공정의 도입은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고성능 컴퓨팅 등 다양한 기술영역에서의 발전을 촉진할 것이다. 에너지 효율성이 크게 향상된 CMOS 공정 기술을 확보한다면 최근 환경 문제로 대두되는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들의 전력 사용량 및 냉각 소모 비용들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새로운 반도체 소재와 공정 기술이 개발되면 관련 기술의 혁신이 촉진되어 다양한 응용분야에서의 기술적 돌파구 마련도 기대할 수 있으며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할 것이다.

그간의 연구개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는 것이 늘 칭찬받고 박수 받는 일은 아닐지 모른다. 세상이 놀랄만한 아이디어로 기존의 틀을 깨고 사람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센세이셔널하다는 표현만큼의 엄청난 고통이 뒤따르게 된다. 하지만 철학과 비전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몰입하게 되면 한번 더 진지하게 쳐다보게 되고, 세상의 관성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포스트 실리콘 소자 Post-silicon Device
실리콘 소자의 한계를 뛰어넘을 새로운 전자 소자의 플랫폼은 무엇인가?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 전자소자의 소형화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이들 소자가 소모하는 전력량이 AI 문명의 도래와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트 실리콘 시대의 소자로서 현재까지 논의된 가능성들은 무엇이고 새롭게 제기될 수 있는 소자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러한 소자들은 어떤 혁신적인 물질들을 요구하며 어떤 혁신적인 물리 개념에 기초한 소자들이 있는가? 과연 포스트 실리콘 시대는 곧 도래할 수 있는 것인가?

공간디스플레이 Spatial Display
임의의 3차원 공간 내 다량의 정보를 안정적으로 표현하는
공간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기술적 과제가 있을까?

2차원의 평면 디스플레이에서 벗어나 3차원 공간에 정보를 표현하는 공간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을까?
임의의 3차원 공간 내에 다량의 정보를 안정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상과 현실을 유연하게 통합할 수 있는 공간 디스플레이 구현을 위한 주요 기술적 과제는 무엇이며, 이러한 기술의 발전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지난 수십 년간 디스플레이 기술은 인간이 더 뚜렷하고 생동감 있게 세상을 바라보려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현대 디스플레이는 CRT에서 시작해 LCD, OLED를 거치며 높은 해상도와 풍부한 색채 표현력을 달성하였고, TV,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 등 다양한 일상용품에 적용되며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필수적인 전자기기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대 디스플레이는 2차원의 평면 스크린 안에서 제한적으로 표현되며, 사각형의 정형화된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에는 제스쳐로 컨트롤 되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등장한다. 또한 영화 ‘아이언맨’에는 자유자재로 늘리고 줄어들 수 있는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가 등장한다. 이처럼 정해진 형태 없이 자유로운 form factor를 가지며 3차원 공간을 표현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공간 디스플레이’라 하며, 미래 디스플레이는 공간 디스플레이의 실현을 향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영화 속에서 자주 묘사되는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3차원 정보를 표현하는 디스플레이의 구현을 위해서는 3차원 공간 내에 임의의 픽셀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식이 제안되었는데, 예로 3차원 공간에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띄우고 빠른 속도로 광원을 투사하여 3차원 영상을 표현하는 방식과, 아주 강한 세기의 레이저를 순간적으로 조사하여 공기중에서 빛을 폭발시켜 광원을 형성하는 레이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디스플레이는 입자를 가둬 두기 위한 물리적 공간과 장치 때문에 사용 공간이 제한되거나, 강한 세기의 광원을 사용하여 사용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쉽게 상업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의 구현이다. 평소에는 작은 2차원 평면 디스플레이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만 디스플레이 자체가 물리적으로 늘어나 3차원 영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높은 유연성과 신축성을 바탕으로 평평한 표면 뿐만 아니라 곡면 등에 맞추어 늘리거나 구부릴 수 있기에 의류, 스마트 워치 같이 다양한 비정형 표면을 가진 환경에 적용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디스플레이 구조와 작동 방식을 상당 부분 유지할 수 있어 개발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화면이 늘어나면 픽셀 간의 거리가 멀어져 해상도가 하락하고, 푸아송 효과로 인해 화면의 비율이 왜곡되는 등 신축에 의한 화면 왜곡 문제가 해결되어야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의 상업화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높은 인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소자를 보호하는 구조와 소재의 개발도 미래의 과제이다.

공간 디스플레이를 제작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홀로그램 기술이 상업적으로 꾸준히 관심을 받아왔다. 홀로그램 기술은 얇고 가벼우며 공간에 3차원 입체 영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현재 기술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3차원의 표현을 위해서는 바라보는 각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기에, 시청 각도와 위치 별 정보를 최대한 많이 포함할수록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서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연속적인 정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2차원 영상 대비 정보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도 기존보다 대폭 증가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따라서 기존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제품 구현을 위한 연구는 영상이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을 좁게 제한하거나 관찰하는 위치를 고정하는 등의 제한적인 방법에 머물러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와 다른 기술을 결합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글래스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조합하면, 사용자가 착용한 스마트 글래스가 현재 사용자의 위치와 시선을 분석하여 전송하고, 디스플레이는 그 순간 필요한 정보만을 표시하여 정보 처리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AI를 결합하여 단일 사용자 환경에서는 예측되는 범위 내에서 정보를 미리 처리하여 처리량을 줄이고, 사용자가 늘어나게 된다면 각도별 정보의 의존성을 고려하여 불필요한 정보량을 줄이고 정보 처리 방식을 최적화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 디스플레이 기술이 구현되면 화면과 주변 환경과의 구분이 흐릿해지고, 스크린을 통해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혼합현실(Mixed Reality)이 구현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교육, 의료, 엔터테인먼트, 건설, 제조 등의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효율 60% 태양전지 Solar Cells with 60% Efficiency
태양 전지의 에너지 변환 효율을 60%를 달성하기 위해
남은 기술적 개발 과제는 무엇인가?

최근의 이상기후는 화석 연료 사용으로 발생한 온실가스가 주원인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가 주목 받고 있다.
현재 태양 전지의 에너지 변환 효율은 최대 47.6%로,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중 엑시톤 생성, 무한대 pn 접합, metamaterial을 이용한 광자 분리, 극저온 전자 제어 등이 주요 연구 분야로 현재 진행중에 있다.
이론상 60%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과학기술적 실현은 쉽지 않다.
이 기술 개발의 어려움은 무엇이며, 60% 이상의 효율 달성을 위해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폭염, 과도한 가뭄, 산불 등 최근 빈번하고 심한 강도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후들은 지구가 겪고 있는 온난화의 영향으로 생각된다. 지구 온난화가 발생하는 원인은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탄소를 연소시키며 만들어진 온실가스의 영향으로 지구의 온도가 점차 상승하는 것에 기인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동시에 배출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필요하다. 그중, 태양 전지는 에너지원이 무한한 태양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기에 지구 온난화 문제의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술로 알려져 있다.

태양 전지로부터 전기를 생산할 때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은 에너지 변환 효율이다. 반도체 집적화와 같은 원리로 높은 변환 효율의 태양 전지는 매우 작은 크기에서도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에, 경제적인 측면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탄소 중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75 TWh의 태양 전지가 필요하다. 현재 지구 상에 설치된 태양 전지는 1 TWh 뿐이기에 에너지 변환 효율의 극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중요한 상황이다.

p-type과 n-type 물질 반도체를 접합하여 만든 단일 접합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이론 효율의 최대치는 Shockley-Queisser 한계에 따른 33%이다. 현재 가장 높은 효율을 나타내는 단일 접합 결정질 실리콘 태양 전지는 29%의 효율을 보인다. 단일 접합 태양 전지를 다중 접합하여 쌓는다면 효율이 증가하게 되고, 다중 접합에서 현재의 최대치는 약 47.6% 정도이다. 이론적으로 다중 엑시톤 생성 기술인 MEG (multi exciton generation)를 이용하면 1광자를 흡수하여 다중 전자의 발생이 가능하다. 반도체 흡수체가 흡수하는 전 파장에서 1광자 2전자 생성이 가능하다면 태양 전지의 효율은 60% (30%*2)까지 상승 가능하다. 현재 약 20% 효율의 태양 전지 모듈 하나에서 400 W 정도의 전기가 생성되고 있다. 60% 효율을 가지게 되면 1000 W 이상의 전기가 생성되는 것으로 원자력 에너지와 비슷한 영역으로 갈 수 있는 굉장히 큰 혁신이다. 그러나, 이는 에너지가 큰 광자의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흡수 전 파장의 영역에서 MEG 구현은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혁신적인 기술들이 등장해야 한다. 태양 전지를 하나의 블랙박스로 생각해보았을 때, 태양빛이 블랙박스를 거쳐 기존보다 2배 이상의 전류 혹은 전압을 나타내기 위해서 블랙박스에 어떤 설계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빛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빛을 최대의 효율로 이용하는 사례는 쉽게 광합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식물에서 일어나는 광합성은 반응이 일어나는 센터와 빛을 모아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센터가 구분되어 있다. 빛을 모으고 에너지로 전환하는 효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점에서 빛을 완벽하게 활용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광합성은 인류가 달성하지 못한 상온 양자의 에너지 결맞음 현상이라고 이야기되기도 한다. 광합성 에서처럼 태양 전지가 빛을 활용할 수 있다면 손실을 최소화한 높은 효율의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태양으로부터 다양한 파장에서 각각 다른 에너지를 가지는 광자들이 들어오게 된다. 들어오는 모든 광자들을 흡수하여 다중 전자의 생성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각각의 광자에 최적화된 설계가 필요하다. 쉽게 야구를 예시로 들면, 투수가 던지는 다른 운동량을 가지는 10개의 공들을 즉각적으로 그 운동량에 맞추어서 역으로 홈런을 쳐버려야 하는 것이다.

우선, 각각 다른 에너지를 가지는 광자들을 모두 활용하기 위한 해결방법으로 무한대의 pn junction을 고려해볼 수 있다. 무한대의 접합을 이용한다면 전자들의 에너지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이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80% 까지의 효율이 계산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무한한 pn junction 을 쌓는 것은 불가능 하기에, 2D 물질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D 물질을 수많은 층으로 쌓아서 공간적으로 제어를 시킨다면 quantum dot과 같이 3차원적으로 수 nm 안에 전자를 가둬놓고 에너지를 confine 시켜 각각 다른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재료의 intrinsic 한 성질을 변화시키기 보다 geometric 하게 제어된 상태에서 새로운 물리 현상이나 상호작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고려해 볼만한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영역대의 에너지를 가지는 광자들을 시공간적으로 분리하여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랜덤하게 빗방울과 같이 쏟아지는 광자들을 빠르게 계층적으로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양자적 관점에서 물리 현상들을 접목시켜 손실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빛으로 인해 새롭게 만들어진 전자의 state 에 대한 정보를 통해 최적의 경로로 전류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역으로 최적의 state 를 가지기 위한 광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소재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광자의 분리는 metamaterial 을 이용할 수 있다. Metamaterial 을 이용한다면 EM wave 의 시간, 공간, 에너지적 분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소재는 일종의 렌즈의 역할을 수행하여 광자를 계층적으로 분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극저온 또는 액체 질소의 온도에서는 전자의 state를 쉽게 제어할 수 있다. 굉장히 낮은 온도에서는 전자가 excited 상태가 되는 시간이 더 오래 지속되며 이를 이용하여 더 높은 에너지로 excitation 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극저온에서는 결정의 격자 진동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감소하여 효율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800nm의 파장을 가지는 광자의 에너지를 400nm 의 파장의 광자가 가지는 에너지로 변환하는 upconversion 기술들도 화두가 되고 있다. 이를 이용한다면 한 개의 광자로도 2개의 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MEG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는 에너지 보존법칙에 의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기에 더 깊은 고찰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으로 태양 전지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다. 보통의 태양전지 기판은 검은색을 띠고 있어 빛을 잘 흡수하면서도 엔트로피 법칙에 의해 흡수한 빛의 일부를 열에너지의 형태로 전환한다. 열에너지로 전환된 빛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데 활용한다면 더 높은 효율이 가능할 것이다. 현재 연구되고 있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기술, 그리고 thermal electric 현상으로 열의 발생에 따라 전자가 만들어지는 재료를 활용하면 더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AGI와 인간의 공존규칙 Coexistence of Human and AGI
AGI의 출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경우,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는 어떠한 대비가 필요할까?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일반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과 초지능(super intelligence)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 지금부터 답을 준비해야 한다. 과연 일반인공지능과 초지능이 등장하는 때가 확실히 오는 것일까? 일반 인공지능이 도래한다면, 인공지능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는 어떠한 대비가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일반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최근 Chat GPT와 SORA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2030년대에 일반인공지능(AGI)의 등장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많은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일반인공지능이 머지 않아 개발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고, 일부 전문가들은 일반인공지능이 실현되고 나면 곧이어 초지능(superintelligence)도 출현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일반인공지능은 보통 20세 인간의 지능수준을 갖는 인공지능으로 정의되며, 이를 넘어서는 초지능은 IQ 6000을 넘는 지능으로 묘사된다. 일반인공지능이든 초지능이든 결국 인간과 같은 혹은 인간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이 탄생할 경우, 인간은 이 기술과 어떻게 공존해나갈 수 있을까?

일반인공지능이나 초지능과의 공존문제를 고민하기에 앞서 무엇보다 일반인공지능의 정의에 대해 합의된 공감대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이 정의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일반인공지능의 도래 가능성과 시점에 대한 예측, 나아가 일반인공지능의 야기하는 문제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학적 관점에서 인공지능의 ‘일반성’은 학습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데이터나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반면 과학철학이나 인지과학의 관점에서는 지능의 일반성을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에서 닥친 여러 종류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만약 지능의 일반성을 과학철학과 인지과학의 관점에서와 같이 개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일반인공지능은 물리세계와 연결할 로보틱스 분야의 발전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인공지능 분야의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보다는 다소 늦게 도래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범용인공지능과의 공존에 대한 고민이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반인공지능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세우는 일이 중요하고, 이것 자체가 중요한 그랜드 퀘스트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일반인공지능이 도래하였다고 할 때 일자리 문제와 관련된 인간과의 공존문제가 가장 심각한 이슈가 될 것이다. AGI가 가져올 대표적인 혜택은 효율성이다. AGI는 지금보다도 더 많은 분야에서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을 자동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인간이 고차원적이고 복잡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AGI가 일자리 감소와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다. AI의 자동화 능력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에서부터 창의적인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대체할 위협을 가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운송 및 물류 관련 직업이 가장 먼저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지만 최근에는 창작 관련 직업들조차 AI로 인해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 앞으로 인간은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일자리 문제에서 뿐만 아니라 AGI이 가져다 주는 효율성 이면에는 인간과 AGI의 공존을 방해하는 여러 문제가 숨어 있다. 우선, AGI를 향한 인공지능의 개발에는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의 인공지능은 에너지 문제, 희토류 채굴의 문제와 같은 현실적인 자원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개발되어 왔다. 그리고 최근 들어 막대한 연산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데이터센터에서 소비되는 방대한 전력과 발생하는 열을 처리하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환경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AGI와 인간의 안정적인 공존을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갖는 편향성, 도덕성, 윤리와 관련된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현재 AI는 인간이 생성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있는데, 이 데이터는 우리 세계의 다양한 편견과 불공정성으로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데이터로 학습된 AI는 그 특성을 그대로 물려받게 된다.

현 단계에서는 정확한 원칙을 입력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으로도 해결이 가능해 보일 수도 있다. 오픈 AI 등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할 수 있도록 human feedback을 통한 강화 학습 기술을 활용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AGI는 더이상 인간이 주는 reference를 필요로하지 않고,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판단 기준을 세워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이 제공하는 원칙과 피드백이 가질 강제력에 대한 의문이 발생한다.

이에 AGI가 개발된 이후 AGI를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고 통제할 수 있는 피드백 시스템만이 아닌, 사전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 물론 인공지능이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시점이나 기준을 사전에 설정하는 것은 과학기술적으로 어려울지 모른다. 인공지능 기술은 개발자 및 연구자들에게도 블랙박스와 같기 때문이다. 알파고의 경우만 해도, 알파고 개발자들은 언제 알파고가 인간보다 바둑을 잘 두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하기 위한 간학문적 합의와 기술 개발이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AGI의 등장은 인류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막대한 효율성을 제공하면서도 인간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수준의 또다른 존재와의 공존은 다양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AGI와 초지능의 가능성, 이들이 미래에 가져올 변화 및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필수적인 작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