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조선일보] "국가 경쟁력은 대학이 결정… 내년부터 10년 동안 3000억 R&D 지원 프로그램 신설" (2025. 10. 14.) 작성일 26-03-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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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종합화 50년’ 유홍림 총장 인터뷰

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지난 1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 총장은 15일 관악캠퍼스 이전 50주년을 맞아 “그동안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서울대가 ‘융합 인공지능(AI) 시대’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했다. /장련성 기자
서울대가 15일 개교 79주년을 맞는다. 특히 올해는 서울대가 서울·수원 등 곳곳에 흩어져 있던 단과대학들을 지금의 관악캠퍼스로 모아 종합화한 지 50주년을 맞는 해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1975년 서울대 종합화를 통해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었다”며 “종합화한 서울대는 ‘융합 인공지능(AI) 시대’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관악에 종합 캠퍼스를 조성한 1975년 당시 정부는 국가 중점 산업을 중화학공업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이에 발맞춰 서울대도 반도체·원자력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단과대학 간 유기적 연결이 가능한 캠퍼스 종합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유 총장은 인터뷰에서 “대학은 단순 교육 기관을 넘어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엔진이다. 미국·중국도 대학에 국가 미래를 맡겼다”며 “내년부터 10년간 3000억원 규모의 자체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만들어 혁신형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유 총장은 “산업화, 경제 발전, 민주화, 정보화 등 중요한 변혁기에 서울대가 공적 책무 수행의 임무가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며 “AI 시대에 ‘종합화한 서울대’는 전국 거점 대학 역량 확충에 기여하는 등 국립대 법인으로서 국가적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 유 총장 인터뷰는 지난 10일 관악캠퍼스 총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서울대가 종합화 50주년을 맞은 의미는.
“서울대 종합화는 1968년부터 시작된 10개 년 계획의 결실이다. 서울대의 성장에는 여느 대학 성장과는 다른 맥락이 있었다. 서구 선진국들이 경제 발전을 이룬 배경을 살펴보면 대학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미국이 2차 대전 후 이룬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와 국제 질서)’의 토대는 대학이었다. 대학은 교육 기관을 넘어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는 엔진이다. 당시 산업화, 경제 발전을 이뤄 내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가 ‘서울대의 종합화’였다.”
-종합화한 서울대의 강점은 뭔가.
“다양한 전공끼리 융합하고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AI 분야를 예로 들어 보자. 한국은 양적 측면에서 중국과 미국에 AI 핵심 기술 연구에서 밀린다. 한국이 가진 강점은 AI 적용 분야다. 서울대는 종합화한 대학이기에 AI 핵심 기술 개발과 함께 이를 바이오를 비롯해 예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는 교육이 가능하다. ‘교육→개발→사업화’로 이어지는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서울대가 마주한 한계가 있다면.
“정부의 간섭이나 규제다. 과감하게 걷어낼 때가 됐다. 대학의 핵심 가치는 자율이다. 2011년 국립 서울대를 국립대 법인으로 전환한 이유 중 하나는 대학의 질적 향상, 다시 말해 수월성(秀越性)을 추구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도 간섭과 규제를 없애줘야 한다.”
-해외 우수 대학들은 어떤가.
“미국·중국은 대학에 국가 미래를 맡겼다. 대학 문화가 보수적이라는 일본도 대학 혁신에 나섰다. 정부는 이제 대학에 투자는 최대화하되 간섭은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가 간섭하는 관료제형 대학의 효용은 1980년대에 끝났다. 지금은 혁신과 변화의 속도가 중요한 시대다.”

-대학에 대한 국가 지원이 부족하다고 보나.
“국가 경쟁력은 대학 경쟁력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경제 10대 강국에 진입했지만 대학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다.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고등교육 투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60~70% 수준이다.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이 16조원인데, 지금의 3분의 1 정도는 더 써야 한다. 지금 같은 투자로는 서울대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서울대의 복안은 뭔가.
“15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베이징대나 칭화대의 질적 수준은 서울대가 공동 연구를 하거나 교류할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중국은 2009년부터 해외 우수 과학기술 인재 1000명을 유치하는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추진하면서 달라졌다. 베이징대·칭화대만 하더라도 대학 재정이 서울대의 3배 수준이다. 서울대가 연간 R&D 예산을 1조원 정도 받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서울대 자체적으로 10년 동안 3000억원 규모의 R&D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R&D 지원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용할 계획인가.
“서울대가 그랜드 퀘스트(Grand Quest·대주제)를 정하고 관련 연구자들을 공모할 것이다. 이 기금으로 가장 선두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하겠다.”
-최근 서울대에서 교수들이 떠나는 흐름이 있는데.
“최근 서울대 교수를 유치한 해외 대학들은 전폭적인 연구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서울대도 성과 중시 연봉제 등 보수 체계를 개선하고 있다.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별도 연봉을 책정할 수 있게 보수 규정도 새로 마련했다. 국내 대학 전임 교수들이 해외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겸직하는 게 가능하도록 고등교육법 개정도 필요하다.”
-서울대의 엘리트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데.
“서울대는 수월성과 사회 통합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서울대는 엘리트주의를 내세우기보다는 국가 미래를 선도하는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 다만 서울대를 폐지하자거나 교명을 바꾸자는 식의 논의보다는 서울대가 가진 역량을 다른 대학이나 사회 각 기관의 역량을 확충하는 방안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서울대의 역량을 확산할 네트워크를 만들어 전국 거점 대학의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 서울대가 운용 중인 ‘대학 연대 지역 인재 양성 사업단’도 그런 차원이다.”
-네트워크 플랫폼을 통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나.
“혁신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가령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처럼 한국도 대학·연구소·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서울대는 의대·공대·자연대·농생대 등을 갖춘 종합대학으로서 다양한 융합 연구가 가능하다.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를 우리가 만들 수 있다. 그 시작이 국가 첨단 기술 산업 특화 단지로 지정된 경기 시흥캠퍼스다. 최첨단 연구 인력과 후속 세대를 서울대가 제공하고 신약·병원·데이터 등 산학 협력을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
-종합화 50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은 뭔가.
“모든 영역으로 AI 기술이 확산할 것이다. 서울대는 대학 운영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AI 네이티브 캠퍼스’를 꾸리고 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인간의 지능(Human Intelligence)은 함께 진화할 것이다. AI를 교육·연구·학습에 적용해 교수·학생들의 창의성도 개발할 수 있다.”
-학생 역량을 강화할 방안은.
“서울대 인기 학과 졸업생의 70% 정도가 전공 커리큘럼에 불만을 갖는다는 조사를 본 적이 있다. 학생들이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대학이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교육 혁신의 핵심은 학생들의 능동성을 살리는 데 있다고 보고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
서울대 정치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30년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해왔다. 서양 정치사상, 공화사상, 공동체주의 등을 연구했다.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기록관장, 한국정치사상학회장 등을 지냈다. 2023년 2월 임기 4년의 서울대 총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