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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스플레이는 현실과 화면의 경계를 허물 수 있을까?

영화 속 장면처럼 허공에 떠있는 영상을 만드는 공간 디스플레이 기술은 언제쯤 우리 곁으로 올 수 있을까? 2차원의 평면 디스플레이에서 벗어나 3차원 공간에 영상을 만드는 공간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을까? 가상과 현실을 유연하게 통합할 수 있는 공간 디스플레이 구현을 위한 주요 기술적 과제는 무엇이며, 이러한 기술의 발전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난 수십 년간 디스플레이 기술은 더 뚜렷하고 생동감 있게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현대 디스플레이는 브라운관(CRT)에서 시작해 액정 디스플레이(LCD), 자발광형 디스플레이(OLED)를 거치며 높은 해상도와 풍부한 색채 표현력을 달성하였고, 텔레비전,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전자 제품에 적용되며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필수적인 일상 용품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디스플레이는 2차원의 평면 스크린 안에서 제한적으로 정보를 표현하며, 그 형태는 사각형의 정형화된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손짓으로 제어할 수 있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영화 ‘아이언맨’에는 자유자재로 늘리고 줄일 수 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등장한다. 이처럼 정해진 틀 없이 자유로운 형태(form factor)를 가지며 3차원 공간 내에 정보를 표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공간 디스플레이’라 하며, 미래 디스플레이는 공간 디스플레이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영화 속에서 자주 묘사되는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3차원 정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임의의 3차원 공간 내에 디스플레이 픽셀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3차원 공간 상의 서로 다른 점을 할당할 수 있는 최소 단위를 부피(Volume)와 픽셀(Pixel)의 합성어인 복셀(Voxel)이라고 정의하며, 최근 복셀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제안되었다. 예를 들어, 3차원 공간에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띄우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입자에 광원을 투사하거나, 아주 강한 세기의 레이저를 순간적으로 조사하여 공기 중에서 빛을 폭발시켜 복셀을 형성하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형태의 디스플레이는 입자를 가둬 두기 위한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며, 제어 장치의 부피 때문에 사용 공간이 제한되거나, 강한 세기의 광원을 사용하여 사용자가 다칠 위험성이 있어 쉽게 상업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에 스트레처블 플랫폼을 적용하는 것이다. 스트레처블 플랫폼은 물체나 표면이 신축성 있게 늘어나거나 축소되면서 모양이나 기능이 변화되는 기술로, 탄성 있는 소재나 기계적 구조를 활용해 표면을 확장하거나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복셀을 구현하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 중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2차원 화면을 유지하다가 필요할 때 3차원 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 입자를 가두는 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휴대성까지 유지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가 매우 높다. 이처럼 스트레처블 플랫폼 기술은 새로운 개념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공간 디스플레이 구현에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될 가능성이 크다.

공간 디스플레이를 제작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홀로그램 기술이 상업적으로 꾸준히 관심을 받아왔다. 홀로그램 기술은 얇고 가벼우며 공간에 3차원 입체 영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현재 기술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3차원의 정보 표현을 위해서는 사용자가 바라보는 각도를 고려해야 한다. 표현하는 영상이 시청 위치 및 각도별 정보를 많이 포함할수록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서 더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공간적으로 연속적인 정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2차원의 평면 영상 대비 표현해야 하는 정보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도 기존보다 대폭 증가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구현 연구는 영상이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을 좁게 제한하거나 관찰하는 위치를 고정하여 정보량을 제한하는 등의 방법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앞서 예를 든 기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현대의 디스플레이 기술들의 장점을 결합한 공간 디스플레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글래스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조합하면, 사용자가 착용한 스마트글래스가 현재 사용자의 위치와 시선을 분석하여 전송하고, 디스플레이는 그 순간 필요한 정보만을 표시하여 정보 처리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단일 사용자 환경에서는 정보 처리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여 사용자의 움직임이 예측되는 범위 내에서 정보를 미리 계산하여 처리량을 줄일 수 있다. 사용자가 늘어나는 경우에는 각도별 정보의 중복성을 고려하여 불필요한 정보량을 줄이고 정보 처리 방식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스트레처블 형태로 구현된다면 평상시에는 작은 크기를 유지하다 필요시에만 큰 부피의 공간 영상을 표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공간 디스플레이 기술이 구현되면 화면과 주변 환경과의 경계가 낮아지면서 스크린을 통해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혼합현실(Mixed Reality)을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며 교육, 의료, 엔터테인먼트, 건설, 제조 등의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