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neers : 신의철 석좌교수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박수형 교수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아직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예측과, 범용 백신의 개발이라는 두 가지 측면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 예측방법 및 백신기술이 가지고 있는 한계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항체 기반의 백신과 T세포 기반의 백신을 합쳐 아직 출현하지 않은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21세기 들어 SARS-CoV-1, H1N1 인플루엔자에 이어 최근 코로나 팬데믹을 일으킨 SARS-CoV-2 등을 겪으며 수많은 사망자와 중증 질환자가 발생했다. SARS-CoV-2의 경우, mRNA 백신의 개발로 인해 백신의 개발시간이 비약적으로 단축되었으나 여전히 11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또한 임상시험 단축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들이 보고되기도 했다. 지난 20년 동안 여러 차례의 팬데믹(pandemic)을 겪으면서, 아직 등장하지 않은 미래의 바이러스에 대비할 수 있는 예방 백신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미래에 나타날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미리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이에 대하여 지금까지 알려진 두 가지의 전략이 있다. 첫 번째는 미래에 어떤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날지를 정확히 예측함으로써, 이에 대한 백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유행 가능성이 있는 여러 바이러스에 대해 범용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다.
첫 번째 예측 전략의 경우, 세부적으로 여러 가지 주제가 있지만, ‘하나의 바이러스 안에서 어떠한 변이가 나타날 것인가?’의 예측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관심의 대상이 되는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바이러스다. 이 두 바이러스는 호흡기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쉽게 전파될 수 있으며, 변이가 많이 생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백신 개발의 관점에서는 변이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 더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DNA 바이러스와 달리,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변이가 더 쉽게 생긴다. 그 가운데 인플루엔자의 경우 특히 항원대변이(antigenic shift)라는 현상 또한 많이 일어나는데, 이는 서로 다른 바이러스에 동시감염(co-infection)되었을 때 유전자조각(gene segment)들이 섞이고 그로 인해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인플루엔자가 미래에 크게 유행할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로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고, 이에 대한 예측이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딥러닝,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예측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 예측의 정확도는 장담할 수 없는 단계이다.
두 번째 범용 백신(universal vaccine) 개발 전략의 경우, 범용성의 범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범용성의 범위를 한 종류의 바이러스 내의 다양한 변이로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로 생각할 것인가에 따라 범용 백신 개발의 난이도와 가능성이 달라진다. 범용백신이 어려운 이유는 항원 특이성(antigen specificity) 때문이다. 인체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후천적 면역에는 크게 항체와 T세포가 있는데, 이 때 항원 특이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 종류의 항체 혹은 T세포 수용체는 하나의 바이러스 구조 혹은 항원결정기(epitope)라고 하는 펩타이드(peptide) 서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게 되는데 이를 항원 특이성이라고 한다. 따라서 여러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다는 의미는 역설적으로 항원 특이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작용효과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즉, 범용성과 작용효과 간에 상충관계가 있다.
따라서 두 가지 백신 개발 전략에 대한 비교를 종합해보면, 미래 바이러스 예측 기반의 백신 개발은 예측에 성공하였을 경우 해당 바이러스에 특이적이고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지만 그러한 예측 자체가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하며, 범용 백신은 여러 바이러스에 공통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작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의 또 다른 고려 사항 중 하나는 항체 반응과 T세포 반응의 조화다. 우선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 중, 특히 중화항체는 바이러스의 당단백질 등과 같이 바이러스 침입에 주로 관여하는 항원결정기에 결합하여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한다. 이러한 과정을 중화과정이라고 한다. 반면, T세포는 세포 표면에 드러나 있는 바이러스 단백질로부터 유래한 항원결정기를 인식하고 감염된 세포를 사멸시켜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다. 즉, 항체반응에 기반한 중화항체는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T세포는 감염을 예방할 수는 없지만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질병의 중증화를 억제할 수 있다. 백신의 경우 예방을 주 목적으로 생각하기에 중화항체의 역할이 더 커 보이지만, 중화항체의 역할에 있어서는 ‘변이’라는 걸림돌이 존재한다. 중화항체의 경우 바이러스 단백질의 특정한 좁은 항원결정기 부분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 이에 반해, T세포 수용체의 경우 항원결정기가 한 바이러스가 가지는 다양한 단백질의 다양한 부분에 흩어져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에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쉽게 무력화되지는 않는다. 다만, T세포를 기반으로 한 백신은 일단 감염 후 감염된 세포를 사멸시켜 중증으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예방이라는 백신의 의미에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
종합해보면, 신종 바이러스 예방 백신의 선제 개발을 위해서는 바이러스의 특성에 따라 앞서 언급한 예방적 백신 개발의 2가지 전략과 항체 및 T세포의 장단점을 모두 조합해야 한다. 특히, 인류가 21세기에 경험한 바이러스들의 경우 다양한 변이를 갖기 때문에 항체 면역 반응뿐만 아니라 T세포 면역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백신 연구에서는 바이러스나 항원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항원을 전달하는 플랫폼(platform) 기술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미래에 창궐할 수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예측과 더불어 바이러스 특이적인 항체와 T세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기전들을 기존의 mRNA 플랫폼이나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신종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의 선제 개발 또한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