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neers : 석민구 교수 (컬럼비아대학교 전기공학부), 전동석 교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지능정보융합학과)
오늘날 CPU와 GPU는 폰 노이만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에너지 효율성과 성능을 높이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뉴로모픽 아키텍처는 뇌의 뉴런과 시냅스를 모방해 폰 노이만 아키텍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신경망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3차원(3D) 구조 반도체 설계, 아날로그 방식의 구현 등 여러 측면에서 기술적 난관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술적 난관을 넘어 뇌와 같이 높은 연산 효율을 가진 뉴로모픽 칩을 구현할 수 있을까?
오늘날의 CPU와 GPU는 폰 노이만 아키텍처에 기반하고 있다. 폰 노이만 아키텍처란 명령어에 따라 칩의 데이터경로를 재구성하여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말한다. 쉽게 말해 수행할 작업에 따라 하드웨어를 따로 두지 않고 프로그램을 바꾸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산에 필요한 명령어(연산자)와 데이터(피연산자)를 연산 회로로 불러온 다음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폰 노이만 구조에서 칩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은 트랜지스터를 소형화하는 방식으로 연산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미세화 기술이 원자 스케일까지 도달해 트랜지스터 미세화 전략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에너지 효율성과 메모리 병목현상을 개선하는 기술 또한 발전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최근 폰 노이만 아키텍처의 근본적인 한계를 해결하고 더 효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뉴로모픽 컴퓨팅이 주목받고 있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뉴런과 100조 개의 시냅스로 구성된 거대 신경망을 이용하여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면서도 약 20W의 전력만을 소모하는 효율적인 연산 장치로 알려져 있다. 또한, 뇌는 폰 노이만 아키텍처의 컴퓨터와 달리 수행 작업이 달라짐에 따라 데이터 경로를 바꾸지 않으며, 또한 뉴런 간 연결 상태 자체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폰 노이만 아키텍처에서 나타나는 메모리 병목현상도 발생하지 않는다. 뉴로모픽 컴퓨팅은 뉴런과 시냅스로 이루어진 뇌의 연산 방식을 모방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폰 노이만 병목현상을 해결할 차세대 아키텍처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뇌신경과학 분야와 반도체 설계 분야의 연구자들이 융합적 접근 방법을 통해 뉴로모픽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뉴로모픽 컴퓨팅의 실현에는 여러 기술적, 경제적 난관이 존재한다. 첫째, 뇌 내부의 뉴런들이 어떤 방식으로 신호를 주고받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뉴런 간의 신호 연결은 매우 복잡하고 미세하다. 때문에 뉴런 간 통신과 학습 알고리즘에 대해 확실히 검증된 이론 없이는 완전한 의미의 뉴로모픽 아키텍처를 구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둘째, 현재의 반도체 칩은 평면(2D)을 기반으로 설계되고 있는 반면, 뇌의 뉴런과 시냅스는 3차원(3D)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의 2D 기반 반도체 설계로 3D 기반 뉴로모픽 아키텍처를 구현하는 것은 어렵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패러다임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셋째, 뇌의 뉴런과 시냅스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산과 저장을 동시에 수행하는데, 현재의 반도체 기술로는 공정(process), 전압(voltage), 온도(temperature) 등 소위 PVT의 변화에 강건한 아날로그 연산 장치를 구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극저온에서 누설 없이 구동되는 강건한 공정, 새로운 소자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아날로그 컴퓨팅의 강건성을 높여야 한다. 넷째, 뉴로모픽 칩은 폰 노이만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칩보다 물리적으로 연결(hard-wiring)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이는 사용 용도에 따라 물리적 연결구조가 다른 뉴로모픽 칩을 다양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뉴로모픽 칩을 설계하는 대로 즉시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파운드리 생태계가 필요하다.
위의 난관들을 보면 뉴로모픽의 실제 구현과 상용화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신경과학자들과 반도체 공학자들이 진정한 뉴로모픽 칩을 탄생시키기 위해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관련 연구로는 뉴런 간의 신호를 나노 전극을 통해 초고감도로 측정하여 뉴런 연결 지도를 복사하고 이를 반도체 설계에 활용하는 연구, 뉴로모픽 알고리즘 개발을 위한 대규모 뉴로모픽 칩(Loihi, TrueNorth) 연구 등이 있다.
이 그랜드 퀘스트가 달성된다면, 트랜지스터 미세화 전략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현재의 폰 노이만 아키텍처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작업에 맞춰 개인 맞춤형 뉴로모픽 칩을 설계하고 주문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되며, 완전히 새로운 컴퓨팅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